대만의 정취가 느껴지는 디자인 서체 「미카제(美風)」

갑작스럽지만, 다음 문장을 보고 무언가 눈치챈 것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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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문장 모두 일본어로 적혀 있지만, 위의 폰트는 번체자 서체, 아래의 폰트는 일본어 서체가 사용되었습니다.

중국어 문장을 볼 때, 한 눈에 알 수 있는 한자인데도 쓰는 방법이 다르다고 느낀 적이 있을 수도 있는데요. 이렇게 비교해 보면 「風」,「色彩」등, 일본어 서체와 같은 형태의 글자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그런 일본어와 공통점이 있는 번체자로부터 제작된 일본어 서체 「미카제 (美風)」를 소개하겠습니다.

목차



미카제 소개

디자인 특징

미카제(美風)는 그 이름대로, 바람, 흩날리는 나뭇잎, 흔들리는 억새 등 자연을 모티브로 설계된 디자인 서체입니다. 자세히 보면 「風」이나 「む」의 점획이 잎사귀처럼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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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체의 골격과 섬세하고 날카로운 선이 특징이며, 수평 수직으로 정비된 세로・가로획, 삐침/파임이나 점묘화에서 볼 수 있는 매끄러운 곡선 요소의 조합이 시원하고 세련된 느낌을 줍니다.

미카제는 2023년 신서체로 출시된 일본어 서체이지만, 대만의 디자인 사무소인 「Wenhengju Design Co.(玉川設計所), 이하 Wenhengju Design」이 담당한 번체자 폰트인 「Wind Font(風體)」를 기반으로 제작하였습니다.

미카제 개발 배경

일본에서의 접근성도 좋기 때문에, 모리사와는 대만에서 정기적인 트렌드 리서치를 진행하는데, 그 과정에서 Wind Font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참신하고 우아한 디자인에 더해, 대만의 자연에 주목한 서체 콘셉트가 결정적인 요인이 되어, 제작자에게 공동 제작을 제안하는 형태로 미카제의 개발이 시작되었습니다. 번체자 서체도 일본어 서체도 공통으로 사용하는 한자가 있지만, 번체자 자형은 일본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형태인 경우도 있고, 일본어 서체에만 사용하는 한자도 존재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원헝루 디자인에서 한자 제작을 협력 받고, 일본 특유의 히라가나나 가타카나는 모리사와에서 새로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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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Wind Font, 아래: 미카제

여기부터는 오리지널 서체 「Wind Font」의 제작자인 원헝루 디자인의 Wen씨와, 일본어판 서체 「미카제」의 제작자인 모리사와 요시무라씨의 인터뷰를 통해, Wind Font와 미카제가 탄생한 과정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자연과 글자가 융합된 번체자 서체 「Wind 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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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를 들려주신 분: Heng-Ju Wen (溫珩如, 이하 Wen씨)
대만 현지 국립대학의 시각디자인 코스를 졸업한 후, 2013년부터 그래픽 디자인 겸 타입 파운더리 「Wenhengju Design」을 설립. 2018년에 번체자 서체 「Wind Font」, 2022년에 같은 번체자 서체 「Fist Font(拳體)」를 출시. 각각 2019년, 2020년에 Golden Pin Design Award상을 수상하였으며, 「Fist Font」는 연간 특별상도 수상.

ー 처음에 Wen씨 본인에 대해 질문 드리고 싶은데요. 어떤 계기로 서체 디자인에 흥미를 가지게 되셨나요?

Wen: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서예를 계속해 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글자의 조형에 관한 흥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대학에서는 그래픽 디자인 코스를 전공하는 중에 특히 로고 디자인을 배웠고, 대학원에서 본격적으로 글자에 관한 연구와 제작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중 서체 디자인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Wind Font는 대학원 졸업 작품입니다.

ー Wind Font의 특징에 대해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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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d Font의 러프스케치

Wen: Wind Font는 「공기」와 관련 있는 작품을 제작하고 싶어서 탄생한 서체입니다. 바람이나 흔들리는 억새(벼과 식물) 등 자연계의 요소를 서체 디자인에 도입하는 것이 콘셉트였습니다. 장체의 글자 형태가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특히 제목에 적합합니다. 이 폰트의 가장 큰 특징은 찻잎이나 낙엽 같은 ‘점’의 형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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ー Wind Font 제작에서 특별히 신경 쓴 글자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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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을 부수로 사용하는 한자의 예시

Wen: 서체 전체를 통해 가능한 한 오리지널리티 있는 디자인이 되도록 한 글자 한 글자 제작했습니다. 획수가 지나치게 적거나 많은 글자는 특히 고생이 많았습니다. 특히 신경을 쓴 글자는 콘셉트이기도 한 「風」파트가 들어간 글자입니다. 예를 들어, 「颱」(번체자)는 다양한 시도를 하며 제작했습니다.

ー 일본어판 미카제 개발에는 어떻게 참여하셨나요?

Wen: 미카제는 제가 주로 일본어 서체에 필요한 한자 제작과 개정을 담당했고, 가나의 신규 제작과 영숫자 개정은 모리사와의 디자이너가 담당하는 형태의 분업으로 공동 제작했습니다. 일본의 한자와 대만의 번체 한자는 쓰는 방식과 필획에 미세한 차이가 있어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었습니다. 또한, 모리사와 타입 디자이너인 요시무라씨의 협력으로, 부수 파트의 필획을 통일하고 재검토 했습니다. 모리사와 팀의 협력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일본어 서체로 완성된 미카제는 매우 아름답고, 무척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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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d Font의 향기를 남기면서 일본어다움을 추구한 「미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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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를 들려주신 분: 요시무라 아츠미 (吉村 淳美)
아이치현립미술대학 (디자인・공예과 디자인 전공) 졸업 후, 2015년 모리사와 분켄에 입사. 2017년 모리사와로 전속. 「Clarimo UD PE」, 「UD신고 (AP판)」 라틴 관련, 「빨간앨리스」, 「오즈」 등의 개발 및 확장에 참여. 최근에 좋아하는 서체는 「슈에이둥근고딕」.

미카제에도 산들바람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다

ー 미카제는 대만의 Wen씨와 공동 개발했는데, 어떤 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셨나요?

요시무라: 얼굴을 마주한 건 처음 온라인 회의 단 한번 뿐이었습니다. 이후로는 계속 채팅으로 주고 받았지만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했고, 무엇보다 응답이 빨라 작업하기 수월했습니다.

ー 번체자에 탑재되지 않은 가나는 새로 만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제작은 어떻게 진행하셨나요?

요시무라: 한자 자체는 크게 바꾸지 않는 것이 대전제였기 때문에, 미카제 특유의 적당한 공간감에 대해 많이 고민했습니다. 처음에는 한자의 요소를 조합한 가나를 만들어 보았으나, 여백이 많아지면 오히려 한자와 어울리지 않게 되어버렸습니다. 문장을 조판했을 때에도, 하얀 공간이 튀어보여서 한자의 인상을 방해하는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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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d Font를 처음 봤을 때 얌전하게 살랑살랑 바람부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에, 너무 떨어진 부분은 이어주고 보다 단순한 디자인으로 수정했습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선을 모두 떼어놓는 것이 아니고, 이어야 할 부분은 이어주고, 여백을 주고 싶은 부분은 띄우는 방식으로 디자인 했습니다.

ー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 여백을 주셨나요?

요시무라: 예를 들어, 히라가나 「む」는 획을 모두 연결해서 디자인하면 보기에 딱딱한 인상을 주기 때문에, 일부만 선을 떼었습니다. 다른 곳도 글자 전체를 보았을 때의 농도(검은 정도)를 조정하기 위해 여백을 주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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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른쪽의 「む」를 채용

ー 마음에 드는 글자가 있나요? 요시무라: 가타카나 「ミ」자가 마음에 들어요. 처음에는 3개의 선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는데, 바람 같은 분위기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팀에서는 「ミ」의 선에서 보여지는 디자인을 ‘바람 엘리먼트’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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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사귀 같은 디자인

ー 제작하기 어려웠던 글자가 있었나요?

요시무라: Wind Font와 마찬가지로 미카제도 장체이기 때문에, 몇가지 너비 조정을 고민한 글자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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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가로로 넓은 「ね」「れ」「お」, 요소가 분리되어 있는 「け」「は」「ほ」 등은 가운데로 너무 좁히면 답답한 인상이 되기 때문에 조정이 어려웠습니다. 그 외에도 장체와 관련하여 「○」「▲」「□」「☀」 등의 기호도 세로로 길게 늘어나거나 뭉개진 느낌이 들지 않도록 “처음부터 저는 이런 형태입니다.”라고 말하는 듯한 디자인으로 만들기가 어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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ー 라틴 문자는 어떤 부분을 고민하면서 만들었나요?

요시무라: 오리지날 Wind Font에는 이미 라틴 문자가 들어 있었지만, 일본어처럼 한자・가나・영숫자가 모두 섞인 문장 안에서는 라틴의 개성이 너무 도드라져서 읽기 어려운 인상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보다 단순하고 읽기 쉬운 디자인으로 변경했습니다. 또한 라틴에 맞춰서 원래 있던 기호류도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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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은 「m」이나 「p」 등, 공간 배분이 좋다고 생각되는 오리지널 디자인을 참고하여 제작했습니다. Wind Font에서 보여지는 디자인 요소를 줄이거나 더하면서, 가나를 포함한 일본어 혼식 문장에서도 사용하기 쉬운 디자인으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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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다운 자형의 추구

ー 한자 제작은 어떻게 진행하셨나요?

요시무라: 먼저 팀에서 번체자와 일본어 코드 대응표를 작성하고, 어떤 문자가 대응되는지를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형의 차이를 조정하고, 수정할 것과 하지 않을 것을 구분해 나갔습니다.

번체자 문자세트 중에 일본어와 자형이 동일한 글자가 있다면, 자형이 다른 글자도 있습니다. 일본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단순한 자형의 한자(신자체)가 번체자 문자세트에는 없다거나, 번체자의 복잡한 자형의 한자(구자체)가 이번에 다루는 일본어 문자세트에는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Wen씨에게 꽤 많은 수의 글자 제작을 의뢰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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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중의 자료에서 뱔췌
빨간색: 신규 제작, 노란색: 일부 수정, 초록색: 원본 유지

ー Wen씨에게는 어떤 방식으로 한자 자형 수정을 의뢰하셨나요?

요시무라: 주로 활자 자형에 맞춰 달라고 수정을 부탁했습니다. 이번 일본어 서체는 명조체 활자 등에서 유래한 자형이지만, 번체자는 서예로 쓰여진 듯한 자형입니다. 예를 들어, 붓글씨 서체와 거의 같은 형태의 한자 「糸」는 세로선에 점이 2개인데 반해, 필기체에서는 점이 3개가 됩니다. 「糸」는 첫번째 획도 수정했기 때문에, 「玄」의 세번째 획도 동일하게 수정했습니다.

붓글씨 서체라면 번체자 자형 그대로여도 별로 위화감이 없겠지만, 일상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폰트라면 일본인의 감각으로는 읽기 어렵다고 생각해서, Wen씨에게 일본인이 읽기 쉬운 자형이 되도록 수정을 부탁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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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글씨 서체의 참고 자형 (좌측 하단): 닛카츠정해서체
활자의 참고 자형 (우측 하단): 류민

다만 오자는 아니어서, 읽을 수 없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일부에는 미카제스러운 디자인을 남긴 것도 있어, 전부 수정한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亠‘나 ‘豕’ 등은 활자 유래가 아닌 손글씨 방식이지만, 미카제스러움이 있기 때문에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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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어디를 수정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 개발 중에는 번체자도 공부하면서 수정 범위를 결정해 나갔습니다.

ー 「미카제」는 어떤 곳에서 활약할 것 같은 서체인가요?

요시무라: 화장품이나 위생용품 등, 청결한 인상을 주는 제품에서 세련되고 우아한 인상의 폰트를 자주 볼 수 있는데, 미카제도 그런 곳에 사용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제작했습니다.

획만 보면 개성이 강해 보이지만,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손을 댈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서체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서, 로고 등에도 이용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하게! 대만에 뿌리를 둔 모리사와 폰트

대만에서 탄생한 서체인 「Wind Font」와, 그 뿌리를 가진 일본어 서체 「미카제」. 하나의 ‘바람(風)’이 일본에 전해져, 그 ‘바람(風)’이 단순히 그대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오리지널을 존중하면서도 그 풍토에 맞게 디자인 되었습니다. 번체자를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디자인 된 미카제가 다양한 장면에서 사용되면 좋겠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미카제 외에도, Morisawa Fonts에는 대만을 뿌리로 한 다른 서체들도 제작하여 출시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스이류네오로망 (翠流ネオロマン)」 「스이류데코로망 (翠流デコロマン)」 「스이류아틀라스 (翠流アトラス)」 등의 스이류 시리즈입니다.

모리사와에는 2022년 4월에 대만의 폰트 메이커인 Arphic Types가 그룹으로 합류하여, 서체 공동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스이류 시리즈는 Arphic Types의 한자에 모리사와에서 제작한 가나와 영숫자를 조합한 서체입니다.

이번 2023년 신서체에는 새로운 「스이류유유팝 (翠流ゆゆポップ)」 「스이류키라보시 (翠流きら星)」가 추가되어, 현재 스이류 시리즈는 5개 패밀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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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제를 시작으로, 같은 한자권 폰트이기에 대만과 일본의 하이브리드 서체에는 다른 폰트에는 없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번체자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들은 다국어 조판 규칙 기사도 참고해 주세요.

다국어 조판 규칙에 대한 기사

앞으로도 대만을 기반으로 한 서체가 출시될……지도 모르니,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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